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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활용법

국립중앙박물관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안내 후기

by 박물관 탐험가 2023. 7. 22.

상설전시실 내 세계문화관에 새롭게 고대 그리스·로마실이 조성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및 문화를 중심으로 두 문화의 관계를 같이 보는 전시입니다.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 소장품으로 126건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세계문화관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문화관 고대 그리스 로마실 입구

 

세계문화관 고대 그리스·로마실 소개 안내

전시명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시기간 2023. 6. 15 (목) ~ 2027. 5. 30 (일)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3층 311호
관람 안내 3층 세계문화관 고대그리스 로마실 311호에서 무료 관람
전시해설 1. 11:00. 13:00, 15:00 306호 메소포타미아실에서 출발 (세계문화관 6개실 전체해설)

2. 2023년 7~8월 토요일, 일요일 그리스 로마실부터 전시해설팀 추가 운영
 (만남장소 : 306호 메소포타미아실 앞)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품을 선보인 특별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가 크게 성공하며, 그 연결선 상으로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 조각상들을 중심으로 한 소장품 전시를 4년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서양의 귀중한 고대유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흥분되는 일입니다.

 

그리스가 로마에게&#44; 로마가 그리스에게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그리스·로마가 남긴 유산은 매우 많고, 지금까지 인류사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큽니다. 민주정, 로마법, 철학, 건축 등 제도적 유산뿐 아니라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 영화, 소설, 컴퓨터 게임, 상품 브랜드 등 오늘날 우리 일상에서도 문화적 영향을 끊임없이 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드문 전시입니다. 처음부터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의 신화와 문화를 함께 살펴보려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입니다.

 

 

이번 전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신화의 세계, 인간의 세상, 그림자의 제국'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1부 '신화의 세계'에서는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된 신화를 다루는데, 그리스 신화와 전적으로 다른 로마만의 신화가 형성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2부 '인간의 세상'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각자 독자적인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상 미술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3부 '그림자의 제국'에서는 죽음과 죽음 이후의 세계를 바라보는 사후관을 보고자 하였습니다. 신화를 공유한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특히 장례문화에서 서로 가까웠습니다.   - 전시 프롤로그 발췌 -

 

제우스 상
제우스 상 (애니메이션과 함께)

 

 

제1부 신화의 세계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된 신화를 다루었습니다. 신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리스 도기와 토제 등잔, 로마 시대의 대형 대리석 조각상, 청동상 등 55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스의 대표 신들의 능력과 관장 영역, 관련된 일화를 설명하고, 신화가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세상의 질서를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스 신화를 로마인들이 받아들이면서 신화가 갖고 있는 세계관이 공유되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인간의 모습을 한 신들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을 형상화할 때 아름답고 건강하고 젊은 인체로 표현하였습니다. 대리석으로 된 베누스상, 미네르바상은 꼭 봐야 할 작품입니다. 신화의 이야기를 담은 항아리도 아름답습니다.

 

신상을 만들 때 여러 신을 서로 구별할 수 있도록 각자의 상징물을 들거나 걸치고 특정 동물을 함께 묘사하였습니다. 제우스는 독수리와 함께, 아테나/미네르바는 부엉이와 함께 있고, 아테나의 방패에는 메두사의 머리가 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사자가죽을 쓰고 몽둥이를 들고 있습니다. 제우스가 에우로파를 납치할 때는 소로 변신했었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다시 읽어보고, 전시를 관람하면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베누스 푸디카 상
베누스 푸디카 석상

 

 

제2부 인간의 세상

그리스와 로마 각각의 독자적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상 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적으로 서로를 도운 두 문화의 관계를 조명했습니다. 인간의 모습을 재현한 인물상들은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술품입니다.

 

고대 그리스 초기 인물상의 기본형태와 비례는 이집트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기원전 750년 ~ 기원전 500년에 지중해 전역과 흑해 주변까지 식민도시를 세우면서 빠르게 팽창하여 그리스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전쟁으로 만난 페르시아와 인도의 미술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원전 2세기경 로마에 정복당하면서 그리스 미술품들이 전리품으로 로마에 집중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로마의 귀족사회에서는 그리스 미술품을 수집하고, 그리스 미술의 양식과 주제를 차용하여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스 고전기 걸작 원본들은 대부분 남아있지 않고, 로마시대에 만든 복제작으로 전해집니다. 그리스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복제작의 생산과 유통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로마 지식인들이 존경했던 그리스 철학자와 시인의 조각상은 로마 상류층의 저택을 장식하는 필수품이었습니다. 사각기둥 위에 두상을 올린 헤르마, 흉상, 전신상 등 다양한 형식의 초상조각이 전시되었는데, 로마인들은 전신상보다 흉상, 헤르마를 더 선호했습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 초상
율리우스 카이사르 초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초상

 

 

로마 제정이 시작되면서 황제들은 공식적인 초상 이미지를 만들어 제국 전역에 배포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흉상과 전신상이 제작되어 로마 전역 도시의 광장, 신전, 공공건물, 거리, 빌라에 세워졌습니다. 주로 머리 모양, 수염, 표정으로 황제의 개성을 드러냈고, 황제마다 서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에 민간에서도 유행하던 스타일을 따라 선조들의 초상 전시공간이나 무덤에 놓은 기념상을 만들었습니다.

 

로마 미술이 이룬 특별한 업적은 사실적인 초상을 발전시켰다는 것입니다. 젊음과 아름다운 인체 비율을 아름다움으로 본 그리스 조각을 모델로 초상조각이 시작되었지만, 로마인들은 그리스인들과 달리 노화를 존경스럽게 보았습니다. 초상에서 노화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경향은 당시 로마사회에서 나이가 든 모습에 성공, 성취라는 가치를 부여했음을 짐작하게 해 줍니다.

 

하데스로 가는 문을 새긴 묘비
<하데스로 가는 문>을 새긴 묘비

 

 

제3부 그림자의 제국

사람이 죽으면 그림자와 같은 존재가 된다고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의 사후관을 살펴봅니다. 고대 그리스·로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다른 존재 형태로 이행하거나 전환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문헌에서 죽음을 변화, 여행, 잠, 이별 등의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무덤조각에서 문을 통해 저승으로 이동하거나 죽은 이가 가족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승을 그림자의 제국으로 표현하였는데, 두 문화권에서는 사후 세계를 어둡고 비참한 곳으로 생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자의 제국 전시
그림자의 제국 전시물

 

죽음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신과 구별되는 궁극적인 한계입니다. 사람들은 이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무덤과 장례의식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다만, 산 자가 계속 기억해 준다면 망자는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믿어 망자를 잊지 않기 위해 장례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유골함에 이름을 화려하게 새기거나, 무덤에 망자가 살아있었을 때 가장 좋아했던 일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묘비에 무덤 주인의 이름과 인사말, 초상이미지를 넣기도 하였습니다. 무덤은 신성하게 여겨져 유족과 후손이 계속 방문해 관리했고, 장례기간과 기일에는 공양물을 바쳤습니다.

 

유리그릇
유리그릇

 

 

 

고대 그리스·로마실 관람 후기

이 전시는 왜 항상 그리스와 로마를 함께 이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를 찾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는 별개였지만 로마가 그리스 신화를 수용하고 모방하며 많은 공통점을 갖게 되면서 두 신화를 자연스럽게 묶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신화는 책이 없던 구술 문화의 시대에 한 공동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던 지식, 정보, 지혜를 모은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신화에는 공동체의 역사와 함께 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신화를 공유한 그리스와 로마는 하나로 묶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전시 에필로그 인용 -

 

로마에게 그리스가 있었기에 서구의 철학과 예술, 문학, 과학이 지금처럼 꽃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둘은 별개의 문화였지만 연결되어 지금까지 유럽, 아메리카 대륙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깨진 그릇조각
그릇조각

 

책에서 보던 조각상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전시였습니다. 그 당시의 도자기는 우리나라 자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릇 무늬와 유리그릇의 아름다움은 지금 봐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가득했습니다.

 

다만, 전시실의 크기에 비해 너무 많은 전시품이 있어서 약간은 비좁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전시물이 조밀하게 붙어있다는 생각입니다. 새하얀 대리석 석상은 알고 보니 채색되어 있던 것이 전부 날아가서 새하얗게 된 것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예전 모습으로 채색을 하여 복원한 모습을 보니, 오늘날 만화 또는 미디어에서 찍은 사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전시기간이 긴 편이니 종종 들러서 전시해설도 여러 번 들어 볼 생각입니다. 세계문화관의 전시물들이 풍성해지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의 자랑, 국립중앙박물관에 자주 방문하셔서 다양한 문화유산을 관람하고,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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