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상설전시 안내와 관람 후기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상설전시 <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 >에서 위대한 발명품 문자, 문자와 문명의 길, 문자로 만든 문화, 내일의 문자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상설전시실 상설전시 <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 > 소개 안내
상설전시실에서는 세계문자와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여정을 이야기합니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연출, 9개 국어로 제공되는 해설, 촉각 체험을 위한 전시품, 작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문자 콘텐츠가 있습니다. 책에서만 보고, 해외의 대형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전시품(비록 복제품이지만)들을 가까이서 보고, 만져보며 체험하는 경험은 관람객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프롤로그 - 위대한 발명
인류에게는 말과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사라졌습니다. 소통이 필요했던 인류는 시간과 공간을 벗어날 수 없었던 말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그 열망으로 만들어진 발명품이 바로 문자입니다. 말과 소리는 문자로 기록되고, 말로 전하던 생각과 감정이 모두 문자에 담겼습니다. 문자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기록으로 유지되었습니다. 마침내, 인류에게 역사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동굴벽화와 암각화는 인류가 남긴 최초의 기록입니다. 선사시대 인류는 그들의 일상과 생각, 소망 등을 바위나 동굴 벽에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인류의 사고력이 발달할수록 그림은 점차 간략해져 추상적인 기호로 변하면서 문자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1부 문자, 길을 열다.
문자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인류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게 그들만의 문자를 만들거나 받아들였습니다. 문명의 흥망성쇠와 함께 문자는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였습니다. 적응하지 못한 문자는 사라지고, 새로운 문자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중에 전파력이 강한 문자들이 있었습니다. 정치적 관계, 종교적 신념, 상업적 교류 등이 문자를 확산시킨 중요한 요인입니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사용한 문자는 400여 종이지만, 현재까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는 30여 종에 불과합니다. 그중에서 최근에 만들어졌지만, 독창적인 문자인 한글은 우리 문화를 꽃피운 밑거름입니다.
쐐기문자, 선사에서 역사로
쐐기문자는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문자로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명했습니다. 초기 쐐기문자는 상형문자였으나 단어문자를 거쳐 음절문자로 발전하였습니다. 사용범위가 넓어지면서 아카드 제국 시기에는 수메르어, 아카드어, 고대 엘람어 등 10여 개의 언어를 표기하는 수단이 됩니다. 쐐기문자는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제국 시기 아람문자로 대체되며 소멸되었습니다.
이집트문자, 나일의 선물
이집트문자는 신전에 신성하게 새겨진 문자라는 의미로 성각문자(Hieroglyph)에서 성각문자 흘림체(Hieroglyphic cursive), 신관문자(Hieratic), 민용문자(Demotic) 등으로 분화되었습니다. 이집트문자는 페니키아 문자를 거쳐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사용되는 대다수의 문자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야문자, 사라진 문자와 문명
마야문자는 기원전 3세기경부터 메소아메리카지역에서 사용하던 문자입니다. 5~10세기 사이에 가장 많은 기록을 남겼고, 16세기 경 문명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마야문자를 해독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틴문자, 바다를 따라 세계로
라틴문자는 기원전 6세기경부터 로마인들이 라틴어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낸 문자입니다. 페니키아 문자를 모태로 하여 그리스 문자가 만들어지면서 모음체계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리스문자 체계를 라틴문자에 적용하여, 초기 21개의 문자로 시작하였고, 기원전 1세기에 23개의 문자, 현대에는 3개의 문자를 추가해 총 26개 문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라틴문자는 지중해 전역으로, 서유럽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근세 유럽인들의 해외진출과 식민지 건설로 라틴문자는 오늘날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문자입니다.
아람문자, 사막을 건너 초원으로
아람문자는 아람인이 최초로 사용한 문자입니다. 기원전 6세기경 페르시아 제국이 아람어를 국제공용어로 선포하면서 고대 근동의 공용문자가 되어 퍼져나갑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페르시아 제국 멸망과 함께 그리스문자에 지위를 내주고 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람문자는 히브리문자, 아랍문자 등에 영향을 주었고, 중앙아시아로 전파되어 소그드문자, 고대 튀르크문자 등의 기원이 되기도 합니다.
인도·동남아 문자, 다양성의 공존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도 문명을 바탕으로 아랍, 중국, 유럽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다양한 문자를 사용했습니다. 최초의 문자는 인더스문자이고, 기원전 3세기경 나타나는 브라흐미문자가 오늘날 대부분 인도, 동남아시아 문자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4세기경 굽타왕조 시기에 브라흐미문자는 남부와 북부로 나뉘어 독자적으로 발전합니다. 북부 지역 문자는 오늘날 인도의 공용문자인 데바나가리문자로 발전합니다. 남부 지역 문자는 오늘날 팔라바문자와 타밀문자로 이어졌습니다. 이 지역은 아랍문화권의 영향도 받아 아랍문자 계열의 우르두문자, 자위문자도 사용합니다. 인도네시아 지역은 라틴알파벳을 수용하여 말레이어 표기에 적용했습니다.
한자, 문자가 간직한 오랜 역사
한자는 330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쓰이는 문자로 글자수가 수만 자 이상에 이르는 대표적인 표의문자입니다. 한자의 형태는 수천 년 동안 점진적으로 변화하여 오늘날 해서가 가장 널리 사용하는 한자의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1950년대 한자의 복잡한 형태를 개선하려는 문자개혁이 중국정부의 주도로 추진되어 간화자(간체) 형태로 변화되었습니다. 한자는 북방 유목민족을 포함하여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주변지역에 전파되어 거대한 한자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글, 창제원리를 밝힌 글자
한글은 문자를 만든 목적과 원리를 알 수 있는 세계유일의 문자입니다. 세종은 이 문자를 훈민정음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입니다. 한글은 일반백성들 사이에서 주로 쓰였고, 국가의 공식문자로는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1894년 고종의 칙령으로 한글을 공식문서에 쓰면서 국가가 인정한 국문이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위기를 겪었으나,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분들 덕택에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훈맹정음, 손으로 읽는 글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대상 교육은 서양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평양에서 활동한 선교사 로제타 홀에 의해 4 점식 점자가 도입되었으나, 우리말과 글로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시각장애인 대상 교육이 시행되었으나, 일본점자 역시 우리말과 달라 배우기에 어려웠습니다. 시각장애인 교육을 담당하던 제생원 맹아부 교사 박두성은 한글점자의 중용성과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1926년 63자의 배우기 쉬운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만들어냈습니다.
2부 문자, 문화를 만들다.
인류의 모든 문화와 문명은 문자 위에 세워졌습니다. 인류는 문자를 사용해서 소통방식에 혁명을 가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제도를 끊임없이 개혁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눈부신 인류의 소통혁명은 활판인쇄술에 의해 문자가 대중화되는 것이었습니다. 인쇄기의 발명으로 책이 무한복제되었고, 많은 책이 번역되고 또한 기록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질수록 소수 상류층의 권위와 특권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인쇄술은 인류 지식의 대중화를, 번역은 인류 지식의 확산과 공유를, 기록은 인류 지식의 전승을 이끌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기술, 인쇄술
문자가 처음 만들었을 때, 문자는 왕족, 귀족, 사제층 등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이들은 정치와 종교와 지식을 독점하고, 사람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문자를 활용합니다. 도시와 상업이 발달하여 새로운 시민계층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문자수요가 생겼습니다. 이것이 인쇄술의 발전을 촉발시켰습니다. 인쇄술을 통해 여러 사람이 손쉽게 문자를 접하게 되고, 지식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게 됩니다. 결국, 인쇄술은 중세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근대사회를 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공유하는 믿음과 지식, 번역
번역은 다른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바꾸는 문화권 간의 의사소통입니다. 번역을 통해 다른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문화적 성취물을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번역을 통해서 종교와 사상이 주변으로 확산되고, 동서양의 문학, 과학, 의학 등 여러 지식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문자로 전하는 인류의 흔적, 기록
문자가 발명되며 인류는 자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기록을 통해 인류가 얻은 지혜는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오래 보존되며, 후대에 전승될 수 있었습니다. 기록은 곧 인류의 역사가 되고, 인류가 세계를 이해하고 지식을 확산하는데 크게 공헌하게 됩니다. 즉, 기록의 축적으로 인류의 문명은 진보할 수 있었습니다.
문자를 담는 그릇, 매체
매체는 문자를 기록하기 위한 물체나 수단을 가리킵니다. 매체로 활용하는 재료는 해당 문명이 자리 잡았던 환경의 영향이 컸습니다. 문자기록을 위해 사용했던 주요 재료는 진흙, 돌, 금속, 뼈, 식물, 나무, 가죽 등 다양합니다.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사용된 재료는 식물을 활용하여 만든 종이입니다. 종이는 지식의 저장, 보존, 전달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매체였습니다. 책을 인쇄하는데 종이는 최고의 매체였습니다. 오늘날 종이책은 컴퓨터, 스마트폰, 전자책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습니다. 새로 등장한 디지털 매체는 기조의 문자뿐 아니라, 음성, 영상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
예술이 된 문자, 서체
문자는 기록이라는 역할을 넘어 형태와 표현의 다양성 때문에 예술성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서사 도구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자의 형태도 변화하였습니다. 서체는 서사 도구와 함께 빠르고 편리하게 문자를 기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형태가 진화했습니다.
에필로그 - 내일의 문자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문자를 통한 지식 공유방법도 크게 변했습니다. 디지털 매체는 지식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방법을 바꿨습니다. 인쇄술과 종이에 기반한 책, 책에 기반한 문자 체계를 흔들었고, 영상, 음성, 이모티콘 등 문자의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림에서 문자로 향했던 인류가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는 역설, 새로운 그림문자들이 탄생했습니다.
인종, 지역, 역사에서 비롯된 세계의 언어, 문자 장벽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무한대의 지식을 습득한 인공지능에 의해 세계의 언어 기반 지식은 급속하게 한 울타리로 모이고 있습니다. 기술 기반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자는 사라지고, 새로운 세계문자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상설전시실 상설전시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 관람 후기
인류의 시대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나눈다고 할 때, 그 기점은 문자의 발명입니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문자는 우리에게 공기와도 같은 존재여서 중요하지만 소중함을 모르게 되는 존재였습니다. 이번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상설전시를 통해 문자라는 소재로 인류사, 세계사 속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문명과 문화를 경험한 느낌이었습니다. 인류사에서 중요하고 유명한 유적을 복제품이지만 가까이서 만지고 느끼는 경험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복제품을 이렇게 모아서 짜깁기하듯이 전시하는 것이 좋은 전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박물관이나 특정지역에 있는 유물들을 이렇게라도 가까이서 경험하는 것 자체가 더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된 사진이나 도록을 보는 것보다 모조복제품이라도 가까이에서 크기, 촉감, 문자의 모양 등을 느끼는 것이 더 나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비쏘툰 명문은 페르시아제국 다리우스 1세가 반란군에게 승리한 후 비쏘툰산에 조각을 하고, 3가지 언어로 기념비를 새겨 쐐기문자 해독에 큰 역할을 하였다는데, 누가 봐도 직접 가서 보기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그 장면을 박물관에서 보는 것으로 의미 있는 관람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품, 복제품이 중요한 것이 아닌 역사적 고증을 통해 의미 있는 전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박물관의 역할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세계문자박물관 아카이브입니다. 각 문자체계에 대한 기술이 스크린임에도 딱딱한 전공서적의 느낌이 너무나 강했습니다. 예을 들어, 나무뿌리에서 올라오는 계통도 형식으로 형상화하여 사람들이 알기 쉽게 문자 계통을 파악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여러 문명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는 아이들은 전시 자체가 재미있고, 만지지 못했던 유물에 대한 촉각체험이 있어서 풍부한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유아들의 경우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을 먼저 방문하지 말고, 문명과 세계사에 관한 책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그다음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을 경험하고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오면 더 좋은 체험을 할 것입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관람 후기 총평
박물관이 생기기 전 으리으리하게 규모가 큰 박물관을 생각했습니다. 인천 송도에 짓는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보고 놀랄 정도로 짓겠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박물관 개관 후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보면서 겉에만 이쁘게 하고 왜 이렇게 작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시관람을 하면서 이 정도로 박물관을 구상하고 전시물을 구하는 것도 대단히 노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유물이 많아지면서 더 좋은 전시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다양한 문자시스템과 문명을 주제로 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국립한글박물관의 국제적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자적이면서 탁월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자 한글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문자 시스템을 비교하고 그들의 문화도 체험하는 기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방문하여 좋은 체험을 하고, 주변 송도 센트럴파크의 경치도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너무 더워서 박물관 주변에만 있었지만, 선선한 가을에 방문하여 주변도 같이 산책해보고 싶습니다. 새로 생긴 박물관이라서 아직은 덜 번잡하니,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자주 오셔서 좋은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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